지난 3월 28일 기타를 만진 지 50년 만에 첫 솔로 음반 ‘어나더 드리밍(Another Dreaming)’을 내놓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최희선(52)은 조용필로부터 처음 ‘칭찬’을 받았다. 음악에 관해서라면,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조용필은 그의 첫 데모 연주를 듣고 “여기서 피아노를 빼고 갔어야지…” 하는 식으로 채찍질을 가했다. 그러다 완성된 결과물을 듣고선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조용필의 밴드 ‘위대한 탄생’을 이끄는 그는 조용필의 음악을 생기있고, 강렬하게 포장하는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뻔한 발라드 패턴에서 재즈적 기운이 투입되고, 평이한 록 선율에서 현란한 헤비메탈 리프(반복선율)가 운용되는 것은 모두 최희선의 손맛 덕분이다. ‘가왕’의 옆자리에서 드문드문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왔던 그는 이번 솔로 음반에서 보란 듯 응축된 연주의 미학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뼛속까지 록의 기운을 담고 있어서일까. 그는 기타 연주곡 12개가 실린 이 음반의 외연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CD 1장에 드는 일반 제작비 100만 원에 30배인 3000만 원이 이 음반에 투입됐다. 특별 한정판의 앨범 재킷은 뱀 가죽으로 뒤덮었고, CD 박스는 덴마크제로 멋을 냈다. 그는 “로커가 다 체면 아니겠냐”고 웃은 뒤 “일반 CD처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차 한 대 팔았다”고 했다.
첫 곡부터 ‘와∼’ 하는 탄성이 절로 쏟아지는 음반은 마지막 곡에 이를 때까지 각양각색 연주로 듣는 이의
심장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대체적으로 블루스 스케일을 기본으로 하는 정통 록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피아노처럼 화성을 넓게 쓰는 연주의 확장성이 무엇보다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국내 연주자들이 보통
자기가 평소 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요. 무엇보다 그런 틀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어요. 보통 연주 음반에서 1, 2곡 정도 들으면 쉽게 질리기 마련이거든요. 연주는 저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엄청 많아요. 제가 이 음반에서 관심을 가진 건 기타 연주보다 곡의
구성과 소리, 전체적인 음악의 조화였어요.”
그럼에도 그의 연주는 관록과 연습의 흔적을 피하기 어려운 속살의 힘이 단단하게 배어있다. ‘야간 비행’ ‘
동물농장’에서 보여주는 연주의 결은 최희선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어려운 독창적 스타일의 완결판 같다. 그는 “옛날 연주자의 뻔한 곡이라는 느낌을 없애기 위해 신선한 시도를 많이 펼치려고 했다”며 “이제야 소리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최희선은 어릴 때 재즈를 좋아했다. 국내 재즈록의 스승을 사사하면서 재즈에 일찍 눈을 뜨다 보니, 록을 본격적으로 할 때에도 재즈적 기운을 잃지 않았다. 그는 “재즈를
배우고 록을 하니, 표현력은 넓어진 것 같다”면서 “그래도 몸 속에 체화된 록 스피릿은 바꿀 수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새 음반 발매 기념으로 오는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공연을 펼친다. 자신의 음악 인생 스토리로 꾸며지는 1부, ‘내 마음속의
베스트’ 곡을
학생 보컬들과 부르는 2부, 그리고 팬들이 듣고 싶은 연주곡 섹션 등이 다채롭게 준비됐다. 그는 “하이라이트는 앙코르에 있다”며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